1901년이 밝아왔을 때, 몇 해 간에 걸친 갖가지 소송과 분쟁으로 미국의 디스크 축음기 시장은 심각한 수렁에 빠져 있었어요. 콜럼비아사의 막강한 자금과 후원을 등에 업은 유니버셜 유성기사의 프랭크 시먼은 에밀 베를리너를 계속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고, 이에 맞서 베를리너의 묵인 하에 시먼에 맞서 싸우고자 했던 엘드리지 존슨은 계속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때, 전혀 뜻밖의 행운 하나가 찾아왔어요. 그라모폰사의 사장이었던 윌리엄 배리 오웬이 1899년 9월 18일에 구입했던 ‘주인의 목소리 His Master's Voice’라는 제목의 유화 그림이 바로 그것이에요. 이 그림은 소송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러 영국 지사로 잠시 건너와 있던 베를리너의 눈에 띄게 되었고, 베를리너는 그 해 5월 26일 이 그림을 정식으로 자신의 회사 트레이드마크(Trademark, 상표)로 삼았어요. 그러나 베를리너는 프랭크 시먼이 신청한 가처분에 걸려 음반과 축음기의 판매가 막히게 되자, 엘드리지 존슨이 연합 유성기 회사를 세울 때 이 그림에 관한 권리를 함께 양도하게 되었어요.
  존슨은 1901년 1월부터 자신의 회사 광고지와 회사 편지지, 그리고 신문 광고 등에 본격적으로 이 그림을 인쇄해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존슨은 “그 개를 찾아보세요(Look for the Dog)”라는 광고 문안을 쓰며 자신의 회사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지요. 이 그림은 그 후 1970년대까지 거의 70년 동안 세계 방방곡곡에 널리 알려지면서 축음기와 음반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답니다.
  1901년 9월 4일, 존슨은 공식적으로 자신의 회사 이름에 ‘승리자’라는 뜻의 ‘빅터(Victor)’를 넣어 ‘빅터 유성기 주식회사(Victor Talking Machine Company)’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1902년 1월 28일, 콜럼비아사의 사장 에드워드 이스턴이 영국으로 건너가 회사의 자리를 비운 사이, 존슨은 몰래 글로브 레코드 회사(Globe Record Company)의 사장인 조지 버트를 만났어요. 글로브 레코드 회사는 다름 아닌 콜럼비아사에서 운영하던 레코드 회사였지요. 존은은 버트의 생산 공장 시설 전부와 클라이맥스 레코드의 마스터 원반 모두를 거금 1만 달러에 구입한 뒤, 이것들을 그날로 곧장 자신의 공장으로 싣고 가져가 버렸답니다. 존슨은 이스턴에게 통지를 보내, 콜럼비아사가 빅터사에 대해 제기한 당시까지 계류 중이던 모든 소송과 법적 조치를 취하하면 1만 달러에 다시 클라이맥스 레코드 원반들을 돌려주겠다는 대담한 제안을 했고, 결국 콜럼비아사는 빅터사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울러 빅터사와 콜럼비아사는 추가로 합의를 하여, 두 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요 특허들을 모두 같이 공유하기로 결정했어요. 이로서 5년여 동안 디스크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특허 전쟁은 사실상 마무리 되었고, 콜럼비아와 빅터사는 그 후 공유한 특허가 모두 만료된 1919년까지, 다른 경쟁사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사실상 디스크 축음기 시장을 완벽하게 독점하게 되었어요.

*사진 제목 및 출처
1. 엘드리지 존슨(1898년)/한국 개인소장
2. 주인의 목소리 원본/EMI 소장
3. 주인의 목소리 회사 상표 원본/베를리너의 명의로 등록된 ‘주인의 목소리’ 회사 상표 원본. 1900년 7월 10일 재등록
4. 10인치 빅터 모나크 레코드/미국 국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소장
5. 콜럼비아 사의 클라이맥스 레코드/미국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