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이 되자 빅터사와 에디슨사 그리고 콜럼비아사는 종전 이후 폭발적으로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호황을 누리게 되었어요. 그러나 1921년 중반이 되면서 미국 경제는 갑작스런 침체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어요. 그해 말에는 미국의 실업률은 거의 12퍼센트에 육박했고, 경제 성장률 역시 곤두박질쳤어요. 경제 불황은 축음기 산업에도 크게 영향을 끼쳐, 1922년에 이르러서는 축음기 산업체들의 연간 총 판매량이 전년도의 38퍼센트에 그칠 정도였답니다. 애초에 재정 상태가 좋지 않던 에디슨사의 경우, 기존 직원의 70퍼센트를 해고하는 등의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벌여 겨우 살아남았지만, 콜럼비아사는 1920년과 21년에 생산한 축음기와 디스크를 정가의 4분의 1가격으로 판매하려는 궁여지책에도 불구하고 1923년 10월, 2200만 달러의 빚을 진 채 결국 파산하고 말았어요. 한편 빅터사는 여전히 확고부동한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에 있었지만, 시장에서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브런스윅 등의 군소 업체들로부터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었어요.
  게다가 1921년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라디오 방송은 대중들 사이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축음기로 향했던 대중의 관심을 완전히 돌려놓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기계식 녹음 기술에서 크게 변하지 않아 원시적인 음질에 머물러 있던 축음기에 비해, 마이크로폰과 전기 증폭장치, 그리고 전기 스피커를 사용하는 라디오 방송은 훨씬 더 정교하고 사실적인 음을 낼 수 있었어요. 여기에 축음기를 사용할 때처럼 무거운 레코드를 여러 장 씩 바꿔 거는 번거로움 없이도 얼마든지 ‘공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대중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지요.
결국 이때부터 축음기 회사들은 라디오의 음질에 필적할 수 있는 고음질의 녹음 기술과 이를 정확히 재생하기 위한 축음기를 개발하는 연구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게 되었답니다.
  한편 1920년대 초,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군소 업체들은 당시로서는 신소재였던 셀룰로이드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축음기를 제작하거나, 여러 가지 특수 기능이 있는 축음기들을 제작했어요. 특히 보통의 디스크와, 에디슨 다이아몬드 디스크, 그리고 파테사의 수직녹음 디스크 등을 모두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축음기들이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1920년대 초에 제작된 브런스윅사의 울토나(Ultona) 축음기와, 미국 파테사의 액츄얼(Actuelle) 축음기, 그리고 소노라(Sonora)사가 생산한 마에스트로폰(Maestrophone) 축음기 등은 이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지요. 이 밖에도 진지한 음악 감상자들을 위해 보다 정교한 음색을 낼 수 있도록 축음기의 사운드박스나 내장 나팔을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가정의 실내디자인 에 맞춘 독특한 형태의 축음기를 들여놓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많아졌고, 이 때문에 주문 생산형의 축음기가 많이 만들어졌답니다.
 

*사진 제목 및 출처
1. 에올리언-보칼리언사의 그래듀올라장치가 달린 축음기를 사용하고 있는 바리톤 가수 존 찰스 토마스/미국 국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소장
2. 빅터사의 광고. 1924년경
3. 《라디오 타임즈》의 표지. 1924년경/미국 국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소장
4. 브런스윅 모델 212 축음기/미국 개인소장
   (http://www.icollector.com/Brunswick-Balke-Collender-Co-Phonograph_i9789938)
5. 브런스윅 울토나 사운드박스를 통한 각기 다른 디스크 음반의 재생 방법/한국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