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음기
축음기의 퇴보 | |
이름 | LP의 등장과 스테레오 오디오의 발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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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축음기 |
연대 | 1948년 ~ 1960년 |
음성 파일 |
1948년 6월 21일, 콜롬비아사는 ‘혁명적인 새 레코드’ 두 장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시연회를 가졌어요. 이 레코드는 언뜻 보기에 크기나 모양새가 기존의 디스크 레코드와 비슷해 보였지만, 그 내용은 확연한 달랐어요. 레코드에는 재생 속도가 기존 음반의 2분의 1도 미치지 않는 33 1/3회전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또 음반의 한 면당 협주곡의 두 악장과 노래 8곡이 수록되어 있었지요. 재질 역시 기존 음반과 같은 셸락이 아니라 비닐로 만들어져 있어서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손으로 휘어도 깨지지 않았어요. 재생한 소리 역시 기존의 음반에 비해 잡음이 적고 순정한 것이었어요. 콜럼비아사는 이 새로운 레코드를 LP, 즉 장시간 레코드(Long-Playing Record)라고 불렀고, 이것은 음반 시장에 곧장 엄청난 혁명을 가져왔답니다. 물론 콜럼비아사가 내놓은 LP 이전에도 장시간 레코드는 개발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콜럼비아가 새롭게 선보인 LP는 기존 음반의 소릿골보다 훨씬 가느다란, 이른바 마이크로그루브(Microgroove)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과,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장시간 레코드들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지요.
LP는 발매와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어요. 콜럼비아사의 대성공에 자극받은 RCA 빅터사는 1949년에 새로운 포맷의 음반인 이른바 45회전반(45rpm Record) 음반을 개발하여 이에 맞섰어요. 45회전반은 보통의 음반보다 훨씬 작은 7인치 크기에, 분당 45회전을 하도록 되어 있었어요. 45회전반에는 기존의 음반처럼 한 면당 노래 한 곡을 넣을 수 있었지만, 이 역시 비닐 소재로 만들어진데다 마이크로그루브를 사용함으로서 최대 6-7분가량의 노래까지도 자르지 않고 그대로 수록할 수 있었답니다.
1950년 말 콜럼비아사와 RCA 빅터사는 LP와 45회전반이라는 새로운 포맷의 음반들을 대대적으로 발매하기 시작했어요. LP와 45회전반은 회전수와 음반 재질 모두 기존의 축음기에서는 틀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전축을 구입하게 되었지요. 여기에 이 무렵 가정용으로 생산되어 보급되기 시작한 자기 테이프(Magnetic Tape)라는 매체는 ‘음반’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묵직한 원반을 생각했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해서 70여 년 동안 굳건히 가정 오락의 주요 매체로서의 자리를 지키던 기존의 78회전 음반, 소위 ‘SP음반(Standard Playing)’과, 이를 사용하던 기존의 축음기들은 가정에서 빠르게 퇴출되어가기 시작했어요.
LP를 처음 발매한지 꼭 7년 4개월만인 1955년 10월, 콜럼비아사는 SP음반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으며, 다음해인 1958년 12월에는 RCA 빅터사 역시 SP음반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어요. 1960년 5월, 마지막까지 생산되던 기계식 축음기인 영국 HMV사의 모델 102 휴대용 축음기의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마침내 기계식 축음기 역시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답니다.
*사진 제목 및 출처
1. 콜럼비아 사의 초창기 LP 레코드 광고. 《라이프》지 1948년 10월 11일자
2. 영국 EMI의 녹음 기술자 앨런 블럼라인(오른쪽 위 안경 쓴 사람)이 1931년에 개발한 블럼라인 커팅 방식 녹음
3. RCA 빅터사가 새롭게 내놓은 45회전반 홍보용 사진. 1949년경
4. EMI RE 321 휴대용 테이프 녹음기/대영도서관 소장
5. 1950년대에 RCA 빅터사에 의해 발매된 동일한 음반의 비교. 위는 LP, 아래는 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