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초기에 만들어진 베를리너 디스크는 1889년부터 독일의 장난감 회사 캄머 & 라인하르트(Kammer & Reinhardt)의 장난감 인형과 장난감 축음기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었어요. 열대 나무 수지의 일종이자 절연체로 많이 쓰이던 구타-페르카(Gutta-percha)나 혹은 셀룰로이드가 주 재료로 사용되었어요. 크기는 보통 5인치(12.5센티미터) 정도였으며, 분당 회전수는 보통 90-120회전 사이 내외였지요.
  이들 레코드에는 동요나 짧은 시, 그리고 유명한 산문의 낭독들, 이를테면 주기도문이나 미국 독립선언서 등의 일부가 수록되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멜로디를 피아노나 실로폰으로 연주한 음악 연주도 간간히 있었어요. 이 디스크들은 고무벨트가 달린 손잡이를 손으로 열심히 돌려 작동시키는 원시적인 그라모폰에 사용하는 것이었어요. 이 때문에 음반의 회전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자연히 그 재생 소리도 원활한 음악 감상을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가사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베를리너는 1892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보다 상업적인 가능성을 전망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에 돌입했어요. 일단 디스크의 크기를 5인치에서 7인치로 키웠고, 레코드의 재생 속도를 약 60~80회전 가량으로 낮추어 수록 시간을 최대 2분 30초 정도까지 늘렸어요. 또한 녹음 장비 역시 기존처럼 손으로 돌리는 것 대신 무게추를 사용한 모터를 설치해 대체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어요.
  1895년부터 베를리너는 셀룰로이드 대신 경화 고무를 사용한 디스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이들 음반은 기존의 셀룰로이드 음반보다도 더욱 표면이 울퉁불퉁한데다, 철침에 쉽게 구멍이 뚫리거나 마모되어 찢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답니다. 결국 1895년 말부터 열대 곤충이 분비하는 수지를 가공한 물질인 셸락(Shellac)을 사용한 레코드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 시기의 베를리너 음반에 담긴 음악의 종류는 훨씬 다양해졌어요. 기존과 마찬가지로 주기도문이나 게티즈버그연설과 같은 낭독 음반이나, 동요, 그리고 민요를 담은 음반들도 여전히 많았지만, 당시의 인기 유행가수들이 부른 인기 있는 유행가를 비롯해, 코미디언들의 만담, 4중창단의 4중창 연주,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또는 코넷 독주곡으로 편곡한 유명 클래식 기악곡, 취주악대가 연주하는 행진곡, 심지어는 새 소리나 강아지 소리와 같은 다양한 ‘자연의 소리(Natural Sounds)’를 담은 것까지 등장하기 시작했지요.
  1898년 7월에는 반자동화된 프레스 기계가 도입되어, 마침내 울퉁불퉁한 표면이 거의 사라진 깨끗한 디스크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또 1899년 11월에는 영국 그라모폰사에 의해 10인치 음반이 처음 도입되어, 마침내 3분 이상의 음악을 수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답니다.

*사진 제목 및 출처
1. 189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5인치 베를리너 디스크/영국 개인소장 (http://www.specialauctionservices.com)
2. 1895년에 나온 7인치 베를리너 디스크의 표면/위키피디아
3. 1900년 4월에 나온 베를리너 10인치 음반/러시아 개인소장(http://www.russian-records.com)
4. 1899년 만들어진 7인치 베를리너 디스크/독일 개인소장
5. 최초의 그라모폰 레드실 레코드/미국 개인소장(http://www.russian-records.com)